2012-12-29

리갈하이(リーガル・ハイ / Legal High) (2012)



올해가 다 가는 마당에 뭘 봤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수많은 드라마가 나왔지만 단연코 이 드라마 "리갈하이"가 생각났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작품이었다.
저런 변호사가 있을까 싶다.

리갈하이(リーガル・ハイ / Legal High) OP (2012-04)


후지TV에서 지난 4월에 방송한 리갈하이(リーガル・ハイ / Legal High)에서
단연코 9화의 마지막 이 5분이 압권이라 생각된다.
독백에 가까운 대사를 줄줄 내뿜는 솜씨가 여간 아니다.

변호사 코미카도(古美門)역의 사카이 마사토(堺 雅人)는 아츠히메(篤姫,NHK,2008)에서 쇼군(将軍) 도쿠가와 이에사다(徳川家定)역으로 인상적이었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그저 그렇게 개그로 가나 싶었는데
이 한 장면으로 눈이 하트가 되어버렸다.
나하(那覇) 출신의 아라가키 유이(新垣 結衣) 때문에 계속 보긴했지만...

잠깐 배경을 덧붙이자면
마을 인근에 세워진 화학공장으로 인해 마을 지하수가 오염되고
주민들을 구슬리기 위해 사장 및 관계자가 나와서
직접 머리숙여 사과하고 선물을 주는 것으로 무마하려 하자
마을 노인들은 체념하고 이제 그만 만족하고 만다.
이 모습을 쭉 지켜 본 변호를 맡은 코미카도(古美門)는 쓴웃음을 한 번 짓고 일갈한다.

리갈하이 9편중 코미카도(古美門)변호사의 열변!!

(세세한 대사는 건너뛰기로 하고...)

코미카도(古美門)변호사 : 보시라, 이들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대게뷔페투어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버스 안 모습 그 자체일세. 잘 기억해두게 이게 이 나라의 담합이라 불리우는 문화의 뿌리깊은 모습이다. 인간은 오랜 세월을 길들여지게 되면 이처럼 진드기 같은 생물이 되는 거야. 스스로 느끼지도 못하다니 정말로 부럽군요. 바보취급당하는 것도 모른 채 무덤에 들어간다니 참으로 행복한 삶이네요.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당신들같은 비참한 노인들을 진절머리나게 싫어해서 말이죠.

노인들 : 웃어른을 공경하는 법도 모르는 건가? 우린 너보다 2배나 되는 세월을 살아왔어.

코미카도(古美門)변호사 : 저보다 배는 살아오시면서 본인들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 같아서 가르쳐드리고 있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여러분은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사람 기민(棄民)입니다.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연금을 갉아먹기만 하는 노인들은 가치가 없기 때문에 쓰레받기에 모아서 구석으로 몰아넣은 뒤 양갱을 먹이며 입다물게 하는 겁니다.
대기업에 기생하는 심성 착한 진드기 그게 바로 당신들이야! 그리고 지금 토지가 오염되고, 물이 오염되고, 질병에 시달려서 이 땅에서 더이상 살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있는데
그래도 상품권도 줬고, 성의도 유대감도 느꼈으니 감사한 일이네요, 정말로 아주 다행이군요. 이제 땅, 물도 다시 살아나겠죠 병도 치유될테죠 공장은 오염물질을 계속해서 흘려보내지만 분명 더이상 문제가 일어나지 않겠죠 왜냐하면 유대감이 있으니까!!

노인들 : 너같은 게 우리의 고통이 뭔지 알기나 해? 우리도 네가 말한 것쯤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알고 있어
다들 억울하고 분해서 어쩌지 못하는 거야. 하지만 필사적으로 마음을 억누르고 납득하고자 하는 거라고...

코미카도(古美門)변호사 : 어째서죠? 어째서? 쓰레기취급 당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왜 납득하려고 하는 겁니까!

노인들 : 우리는 이미 늙은이들이야...

코미카도(古美門)변호사 : 늙은이라는게 뭐 어쨌는데요?

노인들 : 몸상태도 좋지 않은데 다들 애쓰며 살아왔다고~

코미카도(古美門)변호사 :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냐고!!!
그래서 돌봐주길 바라는 겁니까?
그래서 위로받고 싶으신 겁니까?
그래서 친절을 베풀어주면 바로 기뻐하는 겁니까?
조상님들에게 죄송스럽다거나 자자손손 후손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보기싫은 건 보지 않고 모두 사이좋게 살면 편할테죠.
하지만 만약! 자랑스런 삶을 되찾고 싶은 거라면 보고싶지 않은 현실도 직시해야만 합니다.
깊은 상처를 입게 될 각오를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투쟁이라는게 그런 겁니다!
푸념을 할 생각이면 무덤에서나 하란 말입니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요? 돈이 전부입니다 당신들이 상대에게 화살 한 발로 의지를 보여줄 방법은 빼앗긴 것과 짓밟힌 존엄함에 합당한 대가를 쟁취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럴 거라고 기대했던 제가 바보였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다시는 노후를 보내는 심심풀이에 저를 엮이게 하지 말아주셨으면 하군요
심성 착한 진드기끼리 서로 상처를 핥아가면서 온화하고 건강하게 아무쪼록 그렇게 생을 마감하시죠
그럼, 모두 잘들 계십쇼!

(오옷~ 몰입감 충만~~)


극본엔 파트너(相棒) 시즌5 11화 바벨탑(バベルの塔)의 코사와 료타(古沢良太)
日本民間放送連盟賞テレビドラマ番組部門優秀賞

요기는 NG씬


사족) 7편 "모리 모토나리의 3개의 화살" 일화를 말하면서 나뭇가지 꺾는 장면에서 뿜었다~
에엣~ 아라가키짱~ 힘좋구나~

댓글 1개:

jinto :

자네도 보았군. 올해는 리갈하이만한거이 엄찌싶네. 프라이스리스도 너무 동화스러웠고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