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05
Pat Metheny Group - Last Train Home (1987)
그리운 곳으로 달려가는 기분이 드는 살짝 설레는 곡.
예전에 기차하면 입석위주의 무궁화호의 고생했던 기억때문에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문득 어느 추운 겨울날 대전역에 잠시 내려
허겁지겁 그 뜨거운 국수 한 그릇을 마시고(?) 도망치듯 잡아탄게 생각이 났다.
다행히 떠나기 직전 스릴 넘치게 탈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기차에 대한 아득한 추억이 생각났다.
지금은 없어진 충주선의 2냥짜리 비둘기호의 느긋함을 잊을 수 없다.
경치도 뛰어날 뿐 아니라 천천히 감상할 여유를 준다. 하지만 그 여유도 잠시.
중간에 소풍가는 유치원 얘기들도 잔득 타고.. 시끌벅적했던 터라 살짝 어질했지만
그래도 병아리 같은 목소리로 떠드는 얘들이 귀엽기만 했다.
그리고 한밤중에 제천에서 출발해 새벽에 해운대에 도착하는
동해남부선의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기찻길 옆에서 사진 찍는 신혼부부의 모습.
한밤에 영주에서 수많은 터널을 지나 새벽녘 강릉에 도착하기 전
친구랑 열차 맨 뒤에 걸터 앉아 저 멀리 동해 바다에 떠 있는
오징어배의 불빛을 바라본 것도 생각났다.
그 배가 없었으면 하늘도 바다도 구별이 안될 것 같은 검푸른 색도..
남원에서 구례로 이어지는 섬진강도 멋있었다.
땅거미가 진 6월 중순 화엄사의 반딧불과 함께..
방콕에서 돈무앙 공항까지 이어진 허름한 집들 사이로 난
기찻길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봉지콜라 한 잔하며..
구마모토(能本)에서 히토요시(人吉)까지 가는 증기기관차의
이슬비 내리는 벚꽃길도 멋있었고..
無人驛인 야타케(矢岳)에서 내려 호젓한 숲길을 지나 구마모토와 미야자키 경계에 있는
야타케 터널 저 깊은 곳까지 뻗어 있는 철길도 생각난다.
이런게 그때를 함께했던 이들이 있어서 되돌아 보면 그리운게 아닐까 싶다.
Pat Metheny Group - Last Train Home (Still Life .. Talking,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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